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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과 배우 이병헌이 신작 영화 ‘어쩔 수가 없다’를 선보이며 세계 영화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작품은 인생의 전환점에 선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과 생존, 그리고 인간 본성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본 글에서는 토론토국제영화제의 의미, 영화의 주요 줄거리와 주제 의식, 그리고 현장에서의 반응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한국 영화가 세계 무대에서 어떤 도약을 이루고 있는지 조명한다.
토론토국제영화제와 한국 영화의 위상 (토론토국제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TIFF)는 세계 4대 영화제 중 하나로 꼽히지는 않지만, 북미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제로 평가받는다. 칸, 베니스, 베를린이 감독 중심, 예술 영화 중심의 색채가 강하다면, 토론토는 관객 친화적인 영화제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실제로 토론토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작품들은 이후 아카데미 시상식이나 골든글로브에서 주목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 영화와 토론토영화제의 인연도 깊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괴물’이 상영되며 해외 언론의 관심을 받았고,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 이후 꾸준히 초청받으며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기생충’, ‘미나리’, ‘중개인’ 등이 토론토에서 상영되며 한국 영화의 독창성과 작품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특히 올해는 박찬욱 감독과 이병헌이라는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두 인물이 함께 참여해 더 큰 화제를 모았다. 토론토영화제 조직위원회는 “박찬욱은 세계 영화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비전을 가진 감독 중 한 명이고, 이병헌은 한국을 넘어 할리우드까지 인정받은 배우”라며 이번 초청의 의미를 강조했다.
토론토는 북미 배급사와 평론가, 영화 팬들이 한데 모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때문에 영화제에서의 반응은 곧 북미 시장 진출 가능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기능한다. 이번 ‘어쩔 수가 없다’ 상영은 단순히 영화 한 편의 상영을 넘어, 한국 영화 산업 전반의 미래와도 연결된 중요한 순간으로 평가된다.
영화 ‘어쩔 수가 없다’의 줄거리와 의미 (영화 줄거리)
‘어쩔 수가 없다’는 제목 그대로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운명과 선택의 문제를 다룬다. 작품 속 주인공 만수(이병헌 분)는 안정된 직장과 행복한 가정을 가진 평범한 회사원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어느 날 불시에 닥친 경제적 위기와 외부의 위협으로 인해 그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린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쌓아 올린 삶을 지켜내기 위해 그는 점점 극단적인 선택의 길로 내몰린다.
이 영화는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다. 박찬욱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과 상징적 장치들을 통해 현대 사회가 직면한 불안과 개인의 책임, 가족의 의미를 깊이 성찰한다. 영화 속 만수가 보여주는 고뇌와 투쟁은 특정 인물의 이야기를 넘어, 치열한 현실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자화상처럼 다가온다.
특히 ‘어쩔 수가 없다’라는 제목은 인간이 환경과 운명 앞에서 얼마나 무력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하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도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박찬욱 감독은 이전 작품들에서 권력, 폭력, 복수 등 강렬한 테마를 다뤘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좀 더 인간적이고 보편적인 감정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영화는 화려한 액션이나 자극적인 장면보다 서사의 힘과 배우의 연기에 집중한다. 이병헌은 극 중 인물이 겪는 감정의 스펙트럼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인간의 본능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는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연기 내공과 깊이를 다시금 확인시켜 주는 지점이다.
박찬욱 감독과 이병헌의 협업, 현지 반응 (협업과 반응)
박찬욱 감독과 이병헌의 조합은 이미 국내외 영화 팬들에게 큰 기대를 모았다. 박찬욱은 독창적인 미장센과 치밀한 연출로 유명하며, 이병헌은 섬세한 감정 연기와 카리스마를 동시에 발휘하는 배우로 손꼽힌다. 두 거장의 협업은 자연스럽게 ‘세계적 수준의 시너지’를 예고했다.
토론토 현지에서 열린 갈라 프리미어 상영은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을 기록했으며, 상영 당일에는 수많은 관객과 언론인들이 몰려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레드카펫에 등장한 이병헌은 검은색 벨벳 슈트를 입고 여유 있는 미소로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에 응했다. 팬들의 셀카 요청과 사인에도 정성스럽게 응하며 현장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박찬욱 감독 역시 특유의 차분한 태도로 인터뷰에 응하며 영화의 메시지와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GV)에서는 작품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한 캐나다 평론가는 “이 영화는 단순한 가족 드라마가 아니라 현대 사회의 불안을 압축적으로 담아낸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해외 기자는 “이병헌의 연기는 한계를 모르는 수준에 도달했다”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관객들 사이에서도 작품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특히 극 중 만수라는 캐릭터가 처한 상황에 공감하며 눈물을 흘린 관객들도 많았다. 일부 관객은 “마치 내 이야기 같다”는 소감을 밝히며, 영화가 가진 보편적 메시지가 국적과 문화를 넘어선 울림을 가졌음을 입증했다.
‘어쩔 수가 없다’의 토론토영화제 상영은 단순히 한 편의 영화가 해외에 소개된 사건을 넘어선다. 이는 한국 영화가 세계 무대에서 꾸준히 입지를 넓히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를 석권한 이후, 한국 영화는 더 이상 ‘아시아의 특수한 영화’가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보편적 예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찬욱과 이병헌의 협업은 한국 영화계가 가진 저력과 가능성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토론토에서의 긍정적인 반응은 향후 북미 개봉과 더 나아가 주요 영화제 수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또한 이번 영화가 다루는 가족과 생존, 인간 본성이라는 주제는 전 세계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상업적, 예술적 성공을 동시에 거둘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 한국 영화가 나아가야 할 길은 더 분명하다. 다양성과 실험성을 유지하면서도 세계 시장에 맞는 보편적 메시지를 담아내야 한다. ‘어쩔 수가 없다’는 그 가능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되며, 한국 영화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