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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에서 진행된 대규모 연구 결과,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내장지방이 적고 비만 위험이 낮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하루 3잔 이상 꾸준히 커피를 섭취한 사람은 내장지방 면적이 유의미하게 감소했으며, 이는 대사증후군 및 만성질환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결과는 국제학술지 비만(Obesities)에 실렸으며, 미국의 유명 건강 전문매체 <이팅웰(EatingWell)>도 이를 소개하며 "영양 전문가가 추천하는 내장지방 줄이는 최고의 음료는 커피"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전했다.
커피와 내장지방의 관계
연구는 일본 NTT 도코모 의료센터 하야시 요시노리 박사팀이 2015~2018년 도쿄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1만 9,25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컴퓨터 단층촬영(CT)을 활용해 참가자의 내장지방 면적(VFA, Visceral Fat Area)을 측정하고, 커피 섭취량, 생활습관, 질병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커피를 하루 1~2잔 마시는 그룹은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는 그룹에 비해 내장지방 비만(VO, VFA ≥100㎠) 위험이 25% 낮았다. 매일 커피를 3~4잔 마시는 그룹은 위험이 33%, 5잔 이상 마시는 그룹은 무려 3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커피 섭취량이 많을수록 내장지방이 줄고 비만 위험이 낮아지는 뚜렷한 경향이 확인된 것이다.
내장지방은 피하지방과 달리 복부 깊숙이 장기를 둘러싸고 쌓이는 지방으로, 대사증후군·심혈관질환·당뇨병 등 다양한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내장지방을 줄이는 것은 단순한 체중 관리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건강 수명을 연장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연구에서 커피가 내장지방 축적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인 것은 생활습관 관리 차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한 성과다.
커피 속 성분과 작용 기전
그렇다면 커피가 어떻게 내장지방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연구진은 커피의 주요 성분인 카페인과 클로로젠산에 주목했다. 카페인은 체내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지방 산화를 활성화해 열 발생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이는 단순히 각성 효과에 그치지 않고, 지방 연소를 증가시켜 체지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클로로젠산은 강력한 항산화 물질로, 체내 염증을 줄이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고지방 식사 후 대사 손상을 완화하고 혈당 조절 능력을 향상하는 역할을 한다. 이 두 성분의 복합 작용이 내장지방 축적 억제와 직결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커피 섭취는 지방세포 크기를 줄이고 새로운 지방세포 생성을 억제하는 데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커피 속 다량의 폴리페놀 성분은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염증 수치를 낮추며, 이는 만성질환 위험 인자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이처럼 커피는 단순히 각성 음료를 넘어, 대사 건강을 지키는 기능성 식품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연령과 성별에 따른 차이
이번 연구에서는 커피 섭취 효과가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나타났지만, 남성에게서 상대적으로 더 큰 감소 폭이 관찰됐다. 이는 남성이 여성보다 내장지방 축적 위험이 높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한 연령대별 분석에서 40대 이상 중년층에서 커피 섭취의 긍정적 효과가 두드러졌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기초대사량이 줄고 내장지방이 쉽게 쌓이는 특성과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여성의 경우 폐경 이후 호르몬 변화로 내장지방 축적 위험이 커지는데, 커피 섭취가 이러한 대사적 변화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임신부나 수유부, 심장질환 환자는 고카페인 섭취가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적정량 섭취가 중요하다.
커피 섭취와 질병 예방
내장지방 감소 효과 외에도 커피는 다양한 만성질환 예방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수의 연구에서 커피는 제2형 당뇨병, 심혈관질환, 간 질환, 일부 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보고됐다. 커피의 항산화 작용과 항염 효과가 전신적인 건강 보호 효과로 이어진 셈이다. 특히 대사증후군 환자에서 커피 섭취는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하고 혈중 지질 농도를 정상화하는 데 기여한다.
또한 커피는 치매와 파킨슨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위험도 낮추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이는 카페인의 신경 보호 효과와 더불어, 커피 속 항산화 성분이 뇌세포 손상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커피는 전반적인 노화 억제와 건강 수명 연장에 기여할 수 있는 생활 속 습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일일 권장 섭취량과 주의점
연구에서 커피 섭취 효과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구간은 하루 3~4잔이었다. 1~2잔에서도 효과가 있었지만, 3잔 이상부터는 내장지방 감소 효과가 더욱 뚜렷해졌다. 그러나 하루 5잔 이상 과도한 섭취는 불면증, 심박수 증가, 위산 역류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개인별 카페인 내성에 맞춘 섭취가 필요하다.
또한 커피의 건강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설탕과 프림을 첨가하지 않는 블랙커피가 권장된다. 믹스커피나 달콤한 라테류는 오히려 열량 과잉을 불러와 내장지방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 관리 차원에서 커피를 마신다면 가능하면 원두커피를 블랙으로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일본 대규모 연구는 커피 섭취가 단순한 기호 차원을 넘어, 내장지방 감소와 비만 예방에 효과적인 생활습관 요인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하루 3잔 정도의 블랙커피를 꾸준히 마시는 습관은 내장지방 면적을 줄이고, 대사증후군·심혈관질환 등 주요 만성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특히 중년 이후 내장지방이 쉽게 늘어나는 연령층에서는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개인별 건강 상태에 따라 적정 섭취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며, 건강 관리 차원에서는 불필요한 당과 지방 첨가물을 줄인 블랙커피를 권장한다. 커피는 이제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닌, 내장지방을 줄이고 건강 수명을 늘리는 생활 속 '웰빙 음료'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