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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장기의 모습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대규모 장기 연구에 따르면, 위에 서식하는 세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를 성공적으로 제균할 경우 성인에서 골다공증 발생 위험이 평균 29%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2003년부터 2023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헬리코박터 검사를 받은 8468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추적 관찰한 결과다. 연구진은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여부와 골다공증 유병률 사이의 연관성을 장기간 관찰했으며, 제균 치료를 하지 않은 그룹은 전체 골다공증 발생률이 34.5%였던 반면, 제균 치료를 받은 그룹은 24.5%로 나타나 약 10% p 차이를 보였다. 이는 곧 제균 치료가 골밀도 유지 및 골다공증 예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와 골다공증의 연관성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위 점막에 서식하면서 만성 위염, 위궤양, 위암 등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병원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으며, 전 세계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는 2017년 기준 감염률이 약 50% 수준으로 보고된 바 있다. 기존에는 위 질환과의 연관성만 강조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헬리코박터 감염이 전신적인 염증 반응과 대사 질환, 나아가 골대사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제균 치료를 받지 않은 그룹의 골다공증 발생률은 34.5%였으며, 이는 헬리코박터가 체내에서 만성적인 염증 반응을 일으켜 뼈 흡수를 촉진하고 골밀도 저하를 유발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반면, 제균 치료를 받은 그룹에서는 유의미하게 낮은 24.5%의 발생률을 보여 제균 치료가 골 손실 억제에 기여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 효과는 여성에게서 더욱 뚜렷했는데, 50세 이상 여성 환자에게서 제균 치료 후 골다공증 위험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폐경 이후 여성에서 급격히 증가하는 골다공증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예방 전략이 될 수 있다.

    연구 결과의 의미와 임상 적용

    골다공증은 뼈의 강도가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골절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고령층에서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특히 고관절 골절은 사망률까지 높아져 예방적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단순히 위 질환 예방을 넘어, 노년기 삶의 질을 위협하는 골다공증 발생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임상적으로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이 확인되면 적극적으로 제균 치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금까지 제균 치료는 위궤양, 위암 예방 차원에서만 주로 시행되었지만, 이번 연구로 인해 골대사 건강까지 고려해야 할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특히 폐경기 여성 환자, 골밀도 감소 소견이 있는 환자, 가족력이나 생활습관으로 골다공증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는 헬리코박터 검진과 제균 치료를 더욱 권장할 필요가 있다.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방법과 효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는 항생제와 위산 억제제를 병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2주간 복용하는 삼제 또는 사제 요법이 사용되며, 제균 성공률은 70~90% 수준이다. 제균이 실패할 경우 다른 항생제 조합으로 재치료가 가능하다. 부작용은 복통, 설사, 미각 변화 정도로 비교적 경미하며, 대부분 치료 완료 후 호전된다.

    제균 치료의 장점은 위염·위궤양 호전, 위암 발생 위험 감소, 소화불량 개선 등 소화기계 질환 예방뿐만 아니라, 이번 연구 결과처럼 뼈 건강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 제도 내에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의 확대 적용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성별·연령별 차이

    연구에 따르면 제균 치료의 골다공증 예방 효과는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여성, 특히 50세 이상 폐경 여성에서 효과가 두드러졌던 반면, 남성에서는 뚜렷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호르몬 차이와 뼈 대사 기전의 차이 때문으로 추정된다. 여성은 폐경 이후 에스트로겐 감소로 급격히 골밀도가 떨어지는데, 헬리코박터 감염으로 인한 염증 반응이 이 과정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 환자, 특히 중년 이후에는 정기적인 헬리코박터 검진과 제균 치료 여부 검토가 필요하다.

    향후 과제와 전망

    이번 연구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가 골다공증 예방에 기여한다는 새로운 근거를 제시했지만, 아직 모든 기전이 명확히 규명된 것은 아니다. 염증 반응 억제가 주된 원인으로 추정되지만, 비타민 D 대사, 칼슘 흡수 조절, 장내 미생물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향후에는 다기관·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세부 기전을 규명하고, 제균 치료와 골다공증 예방 간 인과관계를 더욱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실제 골절 발생률을 얼마나 낮추는지, 장기적인 골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현재까지는 골다공증 발생 위험 감소까지 확인된 단계이므로, 향후에는 임상적 골절 예방 효과를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단순히 위 질환의 원인균이 아니라, 전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세균이라는 사실이 이번 연구를 통해 다시 한번 강조됐다. 제균 치료를 통해 위 질환뿐 아니라 골다공증 위험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결과는 예방의학적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특히 50세 이상 여성에서 효과가 두드러진 만큼, 중장년층 여성에게 정기적인 헬리코박터 검진과 제균 치료 권고가 필요하다. 앞으로는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골다공증 예방을 포함한 전신 건강 관리 전략의 일환으로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 결국 위와 뼈, 두 가지 건강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예방의 열쇠가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에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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