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반응형

    OTT 시청하는 모습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 국내외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최근 5년간 정부의 약관 심사가 단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약관 관리의 공백 속에서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용자 권익 보호의 사각지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OTT 약관 심사 부재의 원인, 현황, 문제점, 그리고 제도적 개선 방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5년간 심사 공백, OTT 약관 관리 사각지대

    2020년대 들어 OTT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 디즈니플러스 등 주요 플랫폼의 국내 이용자 수는 수천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이용자 규모에 비해 제도적 관리 체계는 사실상 멈춰 있는 상태입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용만 의원실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OTT 서비스 약관을 심사하거나 조사한 기록이 지난 5년간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공정위의 약관 심사 권한이 존재함에도, 실제 조사는 2020년 12월 이후 현재까지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당시 정부는 넷플릭스·웨이브·티빙·시즌·왓챠·구글 등 6개 OTT 사업자를 대상으로 이용자 피해 방지를 위한 실태 조사를 예고했지만, 후속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OTT 서비스의 이용 요금은 지속적으로 인상되었고, 이용자 동의 없이 결제 조건이 변경되는 사례도 늘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불공정 약관이 소비자의 권리를 직접적으로 침해한다는 점입니다. 자동결제, 환불 제한, 중도 해지 불가 조항 등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소비자는 불리한 계약 조건을 일방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구조가 고착화되었습니다.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약관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OTT 분야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약관 심사 부재가 OTT 산업의 불균형 발전과 소비자 피해 확산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소비자 피해 급증, OTT 시장의 불공정 현실

    한국소비자원 통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9월까지 OTT 관련 민원은 총 2811건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1423건이 넷플릭스 관련 민원이며, 이어 티빙과 웨이브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민원의 유형을 살펴보면 계약 해제·해지 거부, 자동결제 피해, 요금 과다 청구, 콘텐츠 이용 제한 등이 다수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OTT의 자동결제 시스템은 대부분 ‘해지 후 다음 결제일 이전 사용 불가’ 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이용자가 중도 해지를 하더라도 실제로는 환불을 받기 어렵습니다.

    연도별 데이터를 보면 2020년 538건에서 2025년 9월 기준 808건으로 약 50% 이상 증가했습니다. 소비자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민원 중 1098건은 계약 관련 분쟁이었으며, 대부분이 약관의 불명확한 조항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즉, 약관 심사 공백이 직접적으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로 입증된 셈입니다.

    OTT 업체들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합니다. 넷플릭스의 경우, 2021년 이후 수정된 약관 안을 제출했지만 요금 인상, 콘텐츠 변경, 결제정책 변동에 대한 사전 고지 의무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국내법보다는 글로벌 본사 정책에 의존하는 구조 때문에, 국내 소비자 보호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일부 플랫폼은 고객센터를 통한 민원 접수조차 어려워, 이용자가 피해를 입어도 구제받기 어렵습니다. 결과적으로 약관 심사 부재는 단순한 행정 지연이 아니라, 수많은 소비자 피해의 실질적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제도적 공백의 원인과 개선 과제

    그렇다면 왜 5년 동안 OTT 약관 심사가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았을까요? 첫째, 현행 약관규제법의 적용 대상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OTT는 통신·방송·플랫폼 산업의 중간 영역에 속해 있어, 어느 기관이 실질적인 감독 권한을 갖는지 불분명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각각 일부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역할이 중복되거나 회피되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둘째, OTT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정부의 제도적 대응이 뒤따르지 못했습니다. 요금 체계, 구독 모델, 콘텐츠 이용 방식이 매년 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표준 약관이나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201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셋째, 일부 사업자는 해외 본사와의 계약 구조를 이유로 국내 심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글로벌 OTT의 경우, 국내 약관 심사를 받더라도 해외 서버 및 본사 규정이 우선 적용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시정 조치가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제도적 사각지대로 규정하며, 정부 차원의 명확한 규제 주체 지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예컨대 공정위가 약관 심사 권한을, 방통위가 서비스 운영과 콘텐츠 공정성 관리를 전담하도록 분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OTT 약관 표준안’을 마련해 불공정 조항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위반 시 과징금 부과 등 실효성 있는 제재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아울러 소비자 스스로 약관 내용을 쉽게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요약형 약관·사전 고지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로벌 사례로 본 OTT 약관 관리의 방향

    미국과 유럽은 이미 OTT 약관을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엄격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은 플랫폼 사업자가 이용약관 변경 시 반드시 사용자에게 사전 통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위반 시 연매출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역시 OTT 사업자의 구독 해지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규정하여, 클릭 한 번으로 해지 가능한 구조를 마련했습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약관 자율심사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OTT 산업에 실질적으로 적용된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소비자단체와 학계는 “플랫폼 산업의 자율규제에 의존하는 한, 약관의 불공정 구조는 개선되지 않는다”며 강력한 법적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또한 국내 OTT 산업은 글로벌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구독료 인상과 광고형 요금제 도입 등 이용자 부담이 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산업 보호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소비자 권익 보호와 산업 건전성의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합니다.

     

    OTT 시장의 성장은 한국 미디어 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이지만, 그만큼 제도적 관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의 약관 심사 공백은 단순한 행정 누락이 아니라, 수많은 이용자가 불리한 조항 속에서 피해를 입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심사 체계’입니다. OTT 산업이 더 이상 규제의 사각지대에 머물지 않도록, 정부는 약관 관리 권한을 명확히 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약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소비자는 더 이상 서비스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되며, 공정위와 방통위가 협력해 신뢰할 수 있는 OTT 시장을 만드는 것이 시급합니다.

    반응형